(8) 그녀가 포로인가, 내가 포로인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벌써 휴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애들 또한 충길이네 애들과 같이 캠핑을 가기로 했다며 들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휴가를 약속한 날이 이틀 후로 다가와 있었다.
아내는 내실의 장롱을 열어 놓고 이 옷 저 옷 입어 보이며 어떤 옷을 입고 가는 게 좋겠느냐고 물어 왔다.
나는 샤워를 마치고 들어와 그녀의 설렘에 아랑곳없이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낮에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가서인지 오늘밤엔 제대로 잠들 것 같았다.
제풀에 지친 아내도 방에다 불을 끄고 잠자리로 들어왔다.
시원해진 날씨 탓인지, 아니면 휴가에의 설렘 때문인지 내 팔을 베고 품에 안겨 왔다.
팔을 접어 아래로 내리자 아내의 물컹한 젖가슴이 손에 잡혀왔다.
사무실에서 다리 사이로 앙증맞은 엉덩이를 밀어 넣으며 안겨오던 선이의 감촉이 떠올랐다.
그리고 손끝을 스치며 브레지어도 안한 그녀의 나지막하던 젖가슴 감촉도 떠올랐다.
나는 아내의 젖꼭지를 쥐었다.
첫애 강우가 태어났을 때 젖꼭지가 튀어나오지 않아 내가 빨아내어 주었던 기억이 났다.
아내의 젖꼭지는 작았다.
그래서인지 젖도 많이 나오지 않아 애들은 거의 우유로 키운 꼴이었다.
오늘 느낀 선이는 그런 걱정은 없을 듯 했다.
작은 가슴에도 볼록 튀어나온 촉감은 커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애 어디가 맘에 들었어요?"
선이 이야기를 왜 안 물어오나 했다.
집에 와서 자세한 얘기를 하자는 말도 궁금한 터였다.
"당신은 마음에 안 들었어?"
"참하긴 참하데! 똑똑해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학교를 그만 둔 것도 그렇고, 근본이 불확실한 것도 그렇고..."
"당신도 대학 다니다 중도에 하차했잖아?"
"그땐 학교가 사치이던 시절였으니까.. 특히 여자에게선... 그러나 요즘은 고등학교는 거의 의무교육 같은 거잖아요?"
"정 그러면 우리가 보내어 주면 되지 뭐!"
"그렇게도 맘에 들었어요?"
"맘에 들었다기보다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총명해서 그런 애라면..."
"그런 애라면?"
"딸로라도 삼고 싶었어!"
"뭐요? 딸로까지...??"
역시 아내는 그녀에 대한 은근히 질투를 느끼고 있는 게 확실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물러 설 수 없었다.
그러기엔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다.
비록 몇 일이었지만 선이에게 빼앗긴 마음이 너무 크고, 나름대로 기대도 크다는 반증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아내에게 내 의지를 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흥분하지마! 당신은 어제 한 말 틀리고, 오는 하는 말 다르잖아??"
"그야...!"
"그래! 이번 일은 내가 좀 오버했는지 몰라? 그러나 이때껏 나는 내 마음이 당신 마음이고, 당신 마음이 내 마음이라 여기고 살았어! 당신도 아직 그런 마음이리라 믿고 있어!"
"그야 저도 동감이에요. 당신 뜻을 거스를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아직 자신이 없어! 여직원으로 만족해야 할지? 딸로 들여 가족으로 맞아야 할지? 그리고..."
"그리고 또 있어요?"
"당신이 원하던 젊은 연인으로 맞아야 할지??"
"뭐요? 그 어린 것을...??"
생각한 대로 아내의 반응은 펄쩍 뛰었다.
"당신 짐승 아니에요?"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마지막 말은 당신이 나의 인격을 의심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한 말이야! 설마 내가 그 정도로 무 인격체인 줄 알아! 그랬다면 30년 가까이 성 희애(아내의 이름)라는 여자 하나에만 유일한 꽃으로 여겨 왔겠어?"
"그 점은 저도 고맙게 여기고 있어요! 또 당신의 인격을 믿고요! 그러나 딸로 들이는 것은 당신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지금 논란 벌이는 거 아니겠어? 나는 사실 그 애를 좀더 지켜보고 확신이 섰을 때 당신과 의논하려했던 거야! 가족 문제는 당신과 내가 합의했다 하더라도 애들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건 또 그러네요..."
"하지만 나의 소원 중 유일하게 못 이룬 것이 있다면 바로 딸이라는 거야. 그건 알아줬으면 해!"
"그 점은 저도 당신에게 여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당신이 그토록 딸을 원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의논도 없이 그걸 묶어버렸으니.. 여보, 정말 미안해요!!"
"이미 지난 걸 어쩌겠어!"
나는 아내를 안아 주었다.
나름대로의 명분을 쌓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내의 손이 밑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그 손이 내걸 움켜쥐자 금방 반응을 보였다.
그 손길은 섹스를 요구하는 손길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가 안아주자 습관적으로 내려간 손길이었을 것이고, 얼마 전과는 달리 바로 반응을 나타내자 신기해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아내의 마음속에선 이미 이런 현상은 선이라는 그녀 탓이라고 여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내 보따리 내어놓아라 한다'는 말이 있다.
일전에 그녀는 좌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던 내게 위안 삼아, 방안 삼아 애처롭게 속삭인 말이 있어서 그녀가 투정을 부린다면 그런 말을 듣지 않을까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녀 스스로 판 함정에 그녀가 빠졌다고 여기며 진퇴양난을 느끼는 심정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나의 행복 조건에 아내를 함께 편승시켜야 그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 되리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 과제를 푸는 한 열쇠이리라는 판단아래 창고 문제를 꺼냈다.
"아래층에 창고 하나 빌렸어!"
"저쪽 회사 물량 때문에...?"
"응, 건물 뒤 구석진 곳에 비어 있던 창고인데도 월 25만이나 달라하더군."
"건물주야 당연 많이 받으려 하지 뭐... 근데 저쪽 회사 물량이 얼마나 되는데요?"
"충길이네 납품물량보다 2배 정도쯤.."
"크긴 크군요! 그래서 준호 아빠가 앞으로 당신은 오줌 누고 그거 볼 시간도 없을 거라 했군요."
"휴가 다녀오면 남자 직원도 채용해야지!"
그 말을 하고 보니 사무실에다 그녀의 방을 마련하는 게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내가 없는 시간에 그 남자 친구가 그녀를 건드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 혼자서 두 회사를 감당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다.
아무튼 그녀와 약속한 방은 철회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우발적으로 결정하다보니 앞뒤를 못 따진 것이었다.
말 그대로 요즘 나는 연방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게 확실했다.
결국 모처럼의 선선했던 그 밤은 그 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고 말았다.
아침 출근을 하자 벌써 문을 연 그녀와 창고 선반을 설치하러 온 후배가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후배는 내가 오늘까지 마감해 달라는 말에 철야를 하며 준비를 했다고 했다.
우발적으로 결정한 나의 무리수가 여러 사람을 힘들게 만든 꼴이다.
그 친구가 아래 창고로 내려가는 걸 보고 미스 정을 불려다 앉혔다.
어제 했던 말을 취소하기 위해서였다.
"언니는 그만두기로 했데?"
"네.."
"떠난데?"
"네! 하지만 괜찮아요!"
"그 집 얼마로 있는데?"
"백에 10만원이래요. 근데 왜요?"
"미안하게 됐구나. 너를 여기서 살게 하려했는데 문제가 있구나."
"사모님이 반대하시죠?"
여자 고유의 육감적 발언이었다.
"그건 아냐. 허나 곧 남자 직원도 들여야하는데 네가 여기서 살다보면 여러 가지로 불편할 거야! 그래서...?"
"제가 그 남자 직원과 무슨 일을 벌일까봐서요?"
난감한 일이었다.
"이리 와봐!"하고 불러선 그녀를 끌어안았다.
다소곳이 안겨온 그녀는 내 뜻대로 따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듯 했다.
"미안해. 다 내가 경솔해서야. 다음부턴 너를 실망시킬 일은 없을 거야!"
"괜찮아요. 저 땜에 괜히 아빠가 상심하는 게 되려 죄송해요..."
나는 그녀를 끌고 나왔다.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가보기 위해서였다.
우선 은행에 들러 돈을 뺐다.
나를 알아보는 창구 아가씨에게 우리 아가씨라며 미스 정을 소개했다.
그리고 미스 정이 오면 청구서대로 돈을 챙겨주라는 당부도 했다.
나는 빈 청구서를 한 움큼 그녀 손에 쥐어 주었다.
돈은 창고 선반대금에다 백만 원을 더 뺐다.
집은 깔끔한 듯 했지만 그들의 방은 작았다.
안에는 미스 한이 짐을 꾸리고 있었다.
둘이 함께 들어서자 짐짓 놀라는 눈치였다.
"영영 떠나는가 보죠?"
"네! 미련이 없어요."
"얘는 어쩌구요?"
"사장님이 어련히 봐 주실라구요. 잘 부탁해요! 예 정말 착한 애예요."
"여기서 얘 혼자 지내야겠군요."
"네? 사장님 사무실에서 지내기로 했다면서요??"
"아 그게.."
선이가 말을 막았다.
"언니 그게.. 내가 반대했어! 그 건물에 나 혼자 있는 게 무섭기도 하고..."
"그럼 어쩌나? 돈까지 받았는데..."
"그야 내가 다시 치러지요!"
"그래 주시면 고맙지요. 그러면 산림 도구들은 그대로 두고 갈게..?"
"언니 고마워!"
"어디로 가시는 거죠?"
"옛날 살던 데로 가야죠."
"자주 놀러 오세요?"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 말을 남기고 나와 주인을 만났다.
주인은 50대 아줌마로 좋아 보였다.
그 여자에게 100만원을 치르고 선불 달세를 10만원도 치르고 나왔다.
누구냐고 묻기에 딸이라 했다.
그녀를 싣고 사무실로 돌아오며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녀를 사무실에 두면 쓸데없는 오해와 나의 욕구를 자제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창고로 내려가자 벌써 일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었다.
자기가 서비스로 달아준다면서 시건 장치를 새로 달고 있었다.
끝나면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말하고 위로 올라왔다.
이제껏 창고로 쓴 그곳을 뭘로 쓸까 고민에 빠져야 했다.
문을 열었다.
바닥까지 둥개진 자재들로 보면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쪽 회사에 본격적으로 납품이 시작되면 남자 직원 한 사람의 충원으로 버거울 지도 모른다.
충길이 회사는 내가 있었던 회사이기도 하여 어지간한 문제가 발생하여도 그들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버리거나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다들 아는 안면 때문이다.
하지만 저쪽 회사는 다를 것이다.
이제껏 납품해오다 나로 인하여 물러나야 했던 쪽을 두둔하는 무리도 많을 것이다.
그래, 그러려면 이쪽 회사의 배로 뛰어야 하니까 불가피하게 직원이 늘어야 할거고, 그 때엔 내가 이 방으로 들어가면 돼!
직원 한 사람이라도 줄여야할 사장으로썬 가져선 안 될 생각을 나는 하고 있었다.
일을 끝냈다고 말한 그를 따라 내려가 보고 열쇠를 받아 다시 올라온 나는 그에게 대금을 치렀다.
"선배님, 점심은 제가 모실 게요! 아가씨도 가죠?"
짐짓 따라 나서려는 걔를 도로 앉혔다.
"미스 정은 여기서 점심 시켜 먹어! 전화 오면 꼭 받아 적어 놓고..."
돈을 쥐어주고 문을 열고 나서는 나를 보는 그녀의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아직 철이 덜 든 그녀에게 갑자기 너무 정을 많이 준 결과이리라.
그 수위 조절을 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또 하나의 내 고민이 되고 있었다.
점심을 얻어먹고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렇게 내뱉고 있었다.
"사장님! 여기서 점심 해 드시면 안되겠어요? 가스통 달고 식기 몇만 준비하면 되겠던데....??"
"안돼! 여긴 신성한 사무실이야. 시킨 밥 먹기 싫으면 도시락 싸오도록 해!"
그 말에 금방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간 살아온 자체가 서러움이었을 테고, 부딪치는 일마다 외로움을 느끼게 했을 그녀의 인생 역정이었을 것인데도 아직도 작은 파고에도 흔들릴 나약함이 남아 있다니..
아직 너무 어리다고 봐버리기엔 경솔한 판단일까?
"휴가동안 뭐 할 건데?"
"그냥..."
"어디 바닷가라도 가지?"
"누가 있어야 가죠?"
"언니하고...?"
"휴가비 주실 거예요?"
"이리 와봐!"
그녀는 쫄랑쫄랑 걸어와 몸을 비틀며 내 앞에 섰다.
"얼마면 되겠니?"
"주시는 대로.."
"둘이니 20만원이면 되겠지?"
그녀는 고개만 꾸벅했다.
많다는 건지, 적다는 건지..?
청구서를 가져오라 했다.
나는 청구서에다 70만원을 적고 도장을 찍었다.
그를 본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얌마! 나도 휴가 가야지!"
그녀는 그걸 들고 쪼르르 뛰어나갔다.
금새 돈을 찾아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그녀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유난히도 볼에 깊은 보조개를 지어 보이며 내 앞에 서 있었다.
나는 20만원을 새어 봉투에 넣어 내 밀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꾸벅했다.
이번에도 좋다 싫다 말이 없었다.
벌써 돈을 안 걸까?
근무 사흘만에 그만한 휴가비를 주는 회사도 드물 것이다.
그걸 그녀는 알 턱이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급히 그런 마음들을 털었다.
돌아선 뒤에다 대고 불렀다.
"선아?"
짐짓 돌아섰다.
그리고 나의 뜻을 살피려는 듯이 뚫어져라 내 눈을 응시했다.
사무실에서 그런 말을 안 쓰기로 한 약속을 깬데 대한 반응은 아닐 것이다.
나는 서양인들 돈을 새듯이 만원권을 새며 10장을 쌓았다.
"이건 내 딸에게 주는 거야!"
"고마워요 아빠!!"
당장 매달려 왔다.
나의 볼살이 그녀의 입 속으로 흡인되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등을 향해 팔을 뻗으려는 순간 그녀는 퉁겨 나가듯이 제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전화기를 들고 허겁지겁 돌리고 있었다.
"아껴 써!!"
"네 아빠! 아니, 사장님!!"
나를 돌아보며 거듭 고맙다는 수인사를 했다.
"아, 언니! 가지 마! 나하고 휴가 갔다와서 가? / 응, 내일부터.. 휴가비도 주셨어! / 20만원 하고 또.. / 그건 비밀이야! / 그래 좀 있다 봐 언니!"
신이 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나는 뿌듯했다.
사람들은 그래서 돈을 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것이다.
"어디로 갈 거야?"
"언니하고 의논해서요..."
"물 조심해! 사람도 조심하고..."
"마치 아빠 같애? 호호 나의 실수..."
"너 만한 나이는 이 여름에 가장 사고가 많단다. 물론 당하는 건 네 같은 여자애들이지.."
"명심할게요. 근데 아빠는 어디로 가실 거예요?"
"지리산!"
"나는 바다가 좋던데..."
"너도 늙어봐라!"
"싫어요 그 소리..!!"
어느새 다가온 그녀가 뒤에서 내 얼굴을 감싸안고 이마에 난 주름을 펴보려 장난치고 있었다.
앞으로 사흘간은 얘를 못 볼 것이다.
산 속에 들어가서도 얘가 보고 싶을까?
어느새 마음 한 귀퉁이를 단단히 차지해버린 그녀.
집에 있는 애들도 아내도, 친구 충길이도 제수씨도 서로 마주치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인 뿐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 어린것을 마음에다 키우며 시도 때도 없이 보고파 안달하는 꼴이 되고 말았을까?
뒷머리로 전해져 오는 몰캉한 살 무덤이 느껴졌다.
그녀의 젖가슴이리라.
나는 나도 모르게 머리로 그걸 비비고 있었다.
"아빠와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녀는 아빠의 사랑이 그립고 나는 딸의 재롱이 그리운 거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풋풋한 젊음이 그리운 것이다.
어쩌면 우린 서로의 바램을 충족할 수 있는 기막힌 궁합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손이 내려와 목을 끌어안았다.
머리를 눌렀던 가슴살이 어깨에 닿아왔다.
서로의 볼이 맞대이고 그녀의 손가락 하나가 까칠까칠한 턱을 매만졌다.
"아유~ 담배 냄새.. 끊으세요 이제! 그래야 오래오래 이 딸과 살 거 아네요!"
딸이란 이러한 귀여운 충고들만 할까?
그런데 같은 충고를 아내에게 받고선 왜 짜증밖에 안 날까?
그때 턱을 만져대던 그녀의 손가락이 와이셔츠 속을 파고들고 있었다.
아찔했다.
"아빠도 여기 털 났네요?"
도발이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를 위험한 도발이었다.
그녀의 손은 탐험이라도 하듯 가슴의 털을 쓸고 다녔다.
슬며시 아래를 내려다보자 그건 여지없이 바지를 쳐 올리고 있었다
"자 이제 가자? 휴가 준비도 해야지..."
"아이 이러고 더 있고 싶은데..."
그녀는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나도 떨어지는 게 싫어서 완강하진 못했다.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으니 그녀는 뒤에 매달린 꼴이었다.
등으로 그녀의 가슴이 더욱 짓눌러 왔다.
나는 다시 풀썩 앉았다.
"휴가동안 보고 싶어서 어쩌지요...?"
진심인지, 아양인지 모르지만 이심전심이란 생각을 했다.
창 밖으로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그러나 풀썩 일어선 바지 앞을 가려주기엔 아직 일렀다.
나는 손 하나를 내려 슬며시 그걸 가렸다.
"아빠도 꿈 꿨어요?"
"뭘.....?"
"내 꿈..! 저는 매일 꿔요. 어젠 아빠와 물놀이 갔어요. 물이 너무 맑아서.. 고기도 잡고, 물장구도 치고.. 그리고 내가 물에 빠졌을 때 아빠가 건져줬어요."
"좋은 꿈이니..?"
"그냥 꿈이었으니까.. 그러나 좋았어요! 오늘 아빠에게 휴가비 타려고 물에 빠졌나봐요. 꿈은 반대라 하잖아요!"
그녀의 손은 빠져나갔다.
목을 감았던 손도 풀었다.
이제 일어서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키는데 그녀가 어깨를 누르며 앞으로 오는 거였다.
나는 당황했다.
철없는 얘가 또 불을 지르려나보다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빠 가만 있어봐요? 내가 아빠 주름을 모두 펴드릴 거예요!"
나는 꼼짝 못하고 앉아 있어야 했다.
이미 그녀의 노예가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녀는 당돌하게도 내 얼굴에 주름이 있는 곳을 새어가며 입술을 들이대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저도 들은 이야긴대요, 아빠처럼 나이 드신 분들에겐 나처럼 예쁜 처녀가 정기를 불어넣으면 젊어지신대요!"
"그래서 지금 네 정기를 내게 불어넣고 있는 거야?"
"그럼요! 소녀경인가 하는 책에도 나와 있대요? 그리고 저 완벽한 처녀걸랑요...!"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오늘은 요기까지만... 앞으로 꼭 아빠를 10년은 젊어 보이게 만들어 놓을 거예요! 오늘 치료 끝!!"
그녀는 치료라 했다.
정말 나는 그녀에게 공들이는 이유가 그 치료를 위한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장시간 그녀의 행복한 포로에서 풀려나 아쉬운 작별을 준비해야 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사무실 문을 잠그고 그녀를 차에 태워 그녀 집 앞까지 내려주며 그녀에게 나는 작별 인사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냥 갈 거야? 선아...!"
"아, 작별인사..?"
얼굴을 밀고 눈을 감았다.
어쩌면 입술에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턱을 치켜올렸다.
"됐죠, 아빠??"
어디다 한 걸까?
감촉을 놓쳤다.
"다시..?"
이번에 눈을 뜨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두 개가 입술을 스쳐갔다.
"휴가 잘 보내세요! 그리고 아빠, 내 꿈 꿔요----!!"
팔을 휘둘리며 손살같이 달아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참 주책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 계속 >
sports바로가기
casino바로가기
카톡바로가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