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0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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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부터 아내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나 또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전화벨이 울었다.

저쪽 회사에서 걸려온 것이었다.

일전에 면이 있는 구매 담당자였다.



"예, 김 과장님! 저 진 윤수입니다."

"오늘 한번 들러주실 수 있어요. 어제 최종 네고해 보내신 입찰 건으로요..."




나는 당장 사무실 문을 걸고 차를 몰았다.

나는 고속도로로 차를 올린 후 충길이와 통화를 했다.

자기도 출장 가는 길이라면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놈 성질에 제 일인 양 나보다 앞서 알아본 게 분명했다.

그의 말로는 이미 결정 난 거 같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가라고 했다.



에어컨도 제대로 힘을 못 쓰는 따가운 햇살에 땀이 비오듯했으나 기분은 날아갈 듯 했다.

두 시간 여 달려 그곳에 도착하자 김 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들도 내일부터 휴가라며 오늘 모두 마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 도장부터 요구했다.



정말 결정 난 모양이었다.

그는 저쪽(충길의 회사) 납품가를 모두 공개하여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그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해주어서 자기로서도 명분이 선다고 했다.

모든 서류 처리가 끝나자 이사님 한번 뵙고 가라며 나를 이사실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그가 충길이의 5촌 아저씨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는 채 할 수는 없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이었는데 어찌 보면 충길이와 닮아 보였으나 근엄한 표정이었다.

김 과장이 인사를 꾸벅하고 사라지자 근엄한 표정을 풀며..



"우리 조카와 둘도 없는 친구라면서...?"

"아네! 20년 이상..."

"앞으로 자주 찾아와요! 직원들 눈에 거슬리지 않게만..."

"네,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그리고 참 이번에 처음이라고 너무 무리한 건 아니겠지?"

"그럼요!"



나는 아가씨가 날라준 차를 마시고 물러 나왔다.

김 과장에게 다가가자 최종 계약서는 휴가가 끝나야 될 거 같으니 우편으로 붙여주겠다고 했다.

나도 구매 부서에서 뼈가 굵은 몸이라 그들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안다.

모든 결정권은 구매 담당자에게 주어져 있다지만 최종 결재권과 그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해당 중역의 힘은 절대적이다.

특히 이번처럼 장기 계약권을 결정하는 일에는 담당자는 그저 서류처리 담당자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며 저녁이라도 대접하고싶다 말했으나 오늘 밤 당장 휴가지로 떠나게 되어 있다면서 휴가 갔다와서 기꺼운 마음으로 저녁을 얻어먹겠다는 말을 했다.

그는 이미 내가 경쟁 회사에서 그와 같은 일을 한 사실을 알고 있어서 서로 숨기고 그러지 말자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충길이가 내게 해준 말로는 그 친구도 지금 자신을 구제해줄 원군을 찾고 있으리라는 말을 했다.



아직도 진행중인 정리해고에서 살아남으려면 뭔가 잡아야 한다는 뜻이며 직속 중역인 이사의 그늘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10년 이상 거래해온 업체를 밀어내고 연이 닫는 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냉혹한 게 이 세상의 일이다.

어쨌든 나는 충길이의 도움으로 탄탄한 납품처를 확보한 셈이다.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오후 4시가 넘어 있었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할 일은 그곳에 납품할 물량을 차질 없이 확보하고, 물량이 늘어났으니 만큼 그만큼 접수 가격도 떨어뜨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보다 나는 우선 온몸을 적신 땀부터 씻어야 했으므로 사우나부터 들러야 했다.



아무도 없는 탕 안에서 저절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사무실로 오다가 보자기를 든 미스 김을 만났다.

나 못지 않게 그녀도 몹시 반가운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배달 왔다 가나 보네?"

"네, 그런데 사장님 몹시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그래, 그래요. 몹시... 있다 너네 집에서 젤 비싼 걸로 하나 들고 올래?"

"네! 그럴 게요. 그럼 있다 뵈어요!"



쪼르르 뛰어가는 뒷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사무실로 올라왔다.

올라오자마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충길이와는 돌아오면서 통화를 한 상태였다.



"여보세요, 아 당신이에요?"

"그래. 서방이다. 드디어 네 서방이 한 건 했다!"

"축하해요! 그러나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놈 충길이가 먼저 깠구나!"

"준호 엄마가 여기 점심 먹으러 나왔다가 준호 아빠와 통화하던 중에..."

"이구 맨날 뒷북이야! 그러나 기분 만땅이다.. 쪼옥!!"

"그래요. 저도 그래요. 사랑해요..."



수화기를 놓고 뭐부터 해야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는데 사무실 문이 열렸다.

미스 김이었다.

보자기를 풀어놓으며 핀잔처럼 말했다.



"사장님도 이 선풍기 말고 에어컨 들여놓으세요?"

"그래 당장 들이마! 그리고 너네집에선 이 냉커피가 젤 비싼 거니?"

"비싼 거라고 다 좋은 가요? 이런 날은 냉커피가 제일이에요."

"맞는 말. 너 생각보다 똑똑하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톡 쳤다.

그만 일에 걔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 나도 그랬으리라..

생각 같아서는 불쑥 안아보고 싶었다.



나는 걔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거의 단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에 오목조목 귀엽게도 생겼다.

그녀는 내가 빤히 쳐다보는 앞에서 민망해 하면서도 보조개를 지우지 않았다.

어째서 어젯밤은 그 얼굴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던가?



그리고 시선을 내려 등받이 없는 동그란 의자 위에 다소곳이 앉은 모습을 힐끔 보았다.

까맣게 탄 다릿살이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청춘미를 과시하고 있었다.

내 눈길이 머무르는 곳을 확인한 그녀는 바지 깃을 끌어내리며 다리를 더욱 모았다.



"숙녀의 몸을 자꾸 그렇게 쳐다보면 사장님이 엉큼해 보인다구요?"

"하하하.. 숙녀? 그래 숙녀지.. 그래 숙녀님 올해 몇 이세요?"

"스물 셋!"

"에끼!"

"진짜요. 주민증 까 드릴까요?"



다짜고짜 그는 뒷호주머니에서 주민증을 내어 밀었다.

790919-2xxxxxx 김 성희

자세히 보니 얼굴 모습은 비슷했으나 아니었다.

그녀의 성이 김이 아니란 걸 아는 내가 그걸 믿을 리 없었다.

그러나 나는 손을 꼽아보며 말했다.



"정말 스물 셋이네. 많이도 먹었다. 어디로 다 먹었니?"



배를 쿡 찔렀다.

그녀는 까르르 웃었다.

꼼짝없이 속여넘겼다는 뜻일까?



"그러나 조심해! 사회란 굶주린 늑대들 소굴이야!"

"사장님도 늑대?"

"나야 순한 양이지. 크크크..."

"사장님은 참 좋아요! 꼭 아빠 같이..."

"아빠? 올해 몇이신데..?"



그 말에 고개를 쿡 숙여 버렸다.



"왜, 돌아가셨어..?"

"아뇨!"

"그럼?"

"몰라요..."

"모르다니?"

"없어요!"

"혹시 유복녀? 그러니까 네가 태어나기 전 돌아가신..."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볼에 패였던 보조개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금방이라도 쏟아 내릴 것 같은 울음을 참고 있는 게 확실했다.

내가 그녀의 아픈 부분을 건드린 게 확실했다.

나는 일어서서 그녀의 뒤로 다가가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내가 괜한 걸 물었나 보구나. 너의 아픈 곳인 줄 몰랐어. 다시는 그런 거 안 물을 게. 응?"



그때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녀의 까만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어제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 아직도 유효하신가요?"

"무슨 말...?"

"사장님 딸 할래 하시던 말씀..!"

"내겐 딸이 없지. 하지만 너의 부모님 허락도 없이 어찌..?"

"저 고아예요! 올해 열 일곱이고요.. 아버지가 누군지.. 어머니가 누군지.. 아무 것도 몰라요...!"



정말 딸 하나가 있었으면 하고 늘 바래온 게 사실이었지만 막상 그런 제안을 받으니 난감했다.

어제는 우발적으로 흘린 말일뿐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얘처럼 풋풋한 연인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을 뿐이다.

그녀는 기어이 눈물 쏟고 있었다.

철모르고 처덕처덕 찍어 바른 화장이 지워지면서 보기가 가련했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낙망한 그녀는 보자기에다 컵을 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토라진 듯 내 손을 뿌리쳤다.

고집을 꺾지 않는 그녀를 나는 완력으로 안아 버렸다.

발버둥쳤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그래! 널 내 딸로 만들 수 없어도 내가 너의 아빠가 되어 주마!"



그녀는 그 말뜻을 알아차리려 애쓰고 있었다.



"너의 그늘이 되어주마. 내가 널 보호해 주겠다고..."



나는 팔을 살짜기 풀었다.

아까처럼 도망가려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아직 책상 위에 놓여진 스티커를 보며 다이알을 돌렸다.

송 마담이 받았다.



"송다방입니다."

"나, 윤수산업 진사장인데.."

"왜요? 아직 도착 안 했어요?"

"아니, 그게 아니고... 미스 김하고 저녁을 같이 하고 싶은데...?"

"그야 사장님 좋으실대로 하세요. 다만.."

"알아, 그쯤은... 그 돈도 함께 보낼 테니까. 알아서 보내 줘요!"

"아이고 안 그래도 사장님께 빗진 게 있는데.. 그렇게 하세요!"



나는 훌쩍이는 그녀를 거울 앞에 세우고 눈물 자국을 지우게 한 뒤 수표 한 장 쥐어 보냈다.

그녀가 떠난 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난데.. 나 저녁 먹고 늦게 들어갈 거 같애!"

"충길씨도 우리 집으로 축하파티 하러 오겠다기에 나도 지금 마치고 들어가려던 참인데요."

"파티는 내일 하자고.. 충길이에겐 내가 전화할게."

"그래요. 주인공은 당신이니까..."



나는 충길이에게도 핸드폰으로 통화를 했다.

나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져야 했다.

우선 급한 건 다방을 그만두게 해야 하는 것이고, 다음은 그녀의 신변처리였다.

딸로 삼고 말고는 그 이후였다.



조금 있자 그녀가 나타났다.

나는 그녀를 끌고 조용한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사무실 가까이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차에다 그녀를 태우고 시내를 빠져야 했다.

야외로 나서자 기분이 한결 좋아진 그녀는 입을 열었다.



"언니가 오늘 안 들어와도 된다 했어요!"

"송 마담 못 쓰겠네..."

"왜요?"

"네가 미성년자인줄 알 거 아냐?"

"몰라요. 스물 둘로 믿던 걸요."

"그러니 엉큼하지. 알면서도 속는 척 하는 거야. 나중 문제가 생겨도 그렇게 알았다고 우길 테니까... 그건 그렇고 너 지금 어디서 자고 있니?"

"미스 한 언니와. 왜요?"

"그 언니 좋으니?"

"같은 고아원에 있었는 걸요."

"그 언니 꼬임에 왔겠구나?"

"그건 아니에요. 내가 직접 찾아온 거예요."

"학교는?"

"짤렸어요."

"왜?"

"결석이 너무 많아서.."

"그런다고 짜르는 학교도 있어?"

"속 시원해요."

"왜일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싫으니까요."

"부모가 없어서...?"

"그것도 있고....."



그때 저 앞으로 한적해 보이는 가든 하나가 보였다.

나는 그리로 차를 꺾어 넣었다.

요리는 별 다른 게 없었다.

오리 요리와 닭 요리뿐이었다.

걔에게 물은 후 삼계탕을 시켰다.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퇴학 얘기까지.."

"그래, 이제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

"아무 거나요."

"그래도 꼭 하고 싶어 한 게 있을 거 아냐?"

"그보다 오늘부터 사장님을 아빠라 불러도 좋아요?"

"그게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네, 아빠!"



그건 그녀의 오랜 소원이었는지 모른다.

오랜 목마름이었을 것이다.



"꼭 말하라 하시면 조그마한 옷가게 같은 거.. 아니면 자그마한 핫도그 집.. 또, 꽃집 같은 거.. 장난감 가게........."

"뭐가 그리도 많아! 하긴 네 나이에 그런 꿈 없으면 안 되지."

"아빤 그 사무실 만족하세요?"

"난 이제 늙었잖아. 그러니 만족이고 말고가 어딨니..."

"아빠 아직 젊어요. 이제 제가 딸로서 젊게 해드리고 싶어요!"



정말 소녀다운 말이었다.

어쩜 딸들은 다 그런 말들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를 아빠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모양이었다.



"아빠! 아빠의 집에는 식구가 몇이에요?"

"모두 넷이지. 너보다 두 살, 네 살 많은 오빠가 둘 있고 나와 내 마누라..."

"사모님도 내가 엄마라 부를 수 있을까요?"

"글쎄? 네 하기에 달렸지 않겠어?"

"노력할게요. 하지만 아빠가 생긴 것만도 감지덕지인걸요."



나는 시킨 음식이 늦어지자 담배를 뽑아 물었다.

그녀가 얼른 성냥을 들고 와 불을 붙였다.

나는 그녀의 손을 막았다.



"이런 거부터 고쳐! 그건 친절이 아니라 성 비하적인 아양이야!"

"저는 아빠께 정말 그러고 싶은데..."

"알아. 아무한테나 그러지 말라는 거야! 자 붙여봐?"



그녀는 겸연쩍게 담뱃불을 붙였다.

딸?

정말 그녀는 나의 딸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만만한 모습이었지만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가는 그릇이 날라져 왔다.



"많이 먹어!"



그녀의 그릇에 든 주먹만한 닭을 젓가락으로 뜯어주자 행복한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서툰 젓가락질로 하나 하나 꺼내 먹었다.

조그만 입술을 오물락거리며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왜 뭐라도 묻었어요?" 하는 표정으로 입술 근처를 훔쳤다.

정말 아직 귀엽기만한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나도 젓가락을 들었지만 머리 속엔 앞으로 그녀를 어떻게 해야할까 온통 그 고민뿐이었다.

삼계탕에 곁들여 나온 인삼주 병을 들고 반잔만 따랐다.

홀짝 마시고나자 아쉬웠지만 참았다.

나는 내 그릇에 든 고기의 반을 넘겨주었다.



"저 살쩌요?"

"임마 괜찮아 먹어! 난 네 모습만 보아도 배부르니까..."

"정말...?"

"그럼.."



우린 그곳에서 나와 바로 앞의 강변을 걸었다.

어둠이 내린 강은 짙은 회색으로 벌써 잠든 모습이었다.

그녀는 돌을 주워 그곳에 던져 넣었다.

강변을 따라 또 걸었다.

내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 손을 꼭 쥐었다.



"참, 네 이름이 뭐니?"

"아직 말 안 했던가요? 정 유선이에요."

"유선이라..?"

"놀림을 많이 받는 이름이지만 난 그래도 좋아요. 내 이름이니까요."

"그럼, 그래야지! 네 스스로에게 애착을 느끼는 건 좋은 거야. 네 건 무엇이든 소중한 거니까..."



내 손을 꼭 쥔 반대편 손이 내 허리를 감아왔다.

내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아빠하고 이렇게 걸으니 참 좋다. 그죠?"

"아, 아 그래.."

"곧 달이 뜨겠어요!"



정말 동쪽 하늘 한 귀퉁이에 빛이 번지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너무 많이 걸어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그녀와 함께 앉았다.



산 능선 나무 사이로 노란빛을 쏘아대며 달이 얼굴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까만 어둠 속 그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선이도 그 모습에 취해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저 앞쪽 강변 둑 언저리에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분명히 사람 모습이었다.



달이 점점 솟구쳐 오르자 그들 모습도 정체를 드러냈다.

그들은 옷을 반쯤 내리고 뒹굴고 있었다.

이런 고즈넉한 강변에 그런 아베크가 어디 한 둘이랴...

나는 선이를 일으키고 이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손은 그녀의 어깨를 더욱 끌어당기고 있었다.



"아빠도 빌었어요?"

"어, 뭐- 뭘...?"

"소원 말예요? 오늘 처음이잖아요..."

"처음? 그래 처음 보는 달이지..."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아쉬운 모습였으나 그녀의 몸을 돌리고선 왔던 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선이는 뭘 빌었는데..?"

"아빠 건강 지켜주시고.. 아빠 사업 잘 되게 해주시고.. 이 딸 사랑해 달라고요!"



나는 걸음을 멈추고 우발적으로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고압선에 감전된 후 튕겨져 나가듯 떨어져선 한 발짝 앞서 걸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쪼르르 뛰어와 벌컥 허리를 껴안으며 쫄망쫄망 걸었다.

풋풋한 머리 내음이 봄 새순보다도 더 진한 향내를 뿜어대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머릿결에 턱을 비비고 있었다.

정말 걔의 아빠가 된다는 건 도저히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차라리 앞서 했던 약속들을 모두 취소하고 연인이 되면 안될까 하고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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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드림 카-지-노 캐쉬(2만공짜) 드려요 K I M 7 2 7 2 . C O M NEW 드림 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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