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0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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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갱년기의 여자



다음 날 아침부터 전화가 빗발 칠 거라 여겼던 전화기는 종일 조용했다.

점심을 먹고서도 마찬가지여서 정보지를 가져 오라 하여 살펴보자 모집 공고란에 우리가 요청한 것이 없기에 전화를 걸어보니 내일부터 게재된다는 말이었다.

아침부터 서둘러 들여온 책상과 응접실 가구들을 들여다보며 허탈에 빠졌다.

하루를 공친 꼴이었다.



다음 주부터 새 식구가 들어오면 그에게 맡기려 했던 잡무들을 챙기고 있는데 검은 선글라스 낀 한 여인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녀의 손에는 꽃이 들려 있었다.

그녀가 안경을 벗었을 때에야 제수씨라는 걸 알아 차렸다.



"이 아가씨가 희애가 얘기하던 그 아가씨로구나! 참 총기 있고 예쁘게도 생겼네!!"



그녀는 선이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선이는 엉겁결에 그녀의 가슴에 안겨준 꽃을 받고 어리둥절해했다.



"내 친구인 A사 김 충길차장의 사모님이야! 제수씨 어서 오세요?"



선이는 그제야 꾸벅 인사를 했다.

나는 그녀를 응접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여기 물건들은 어디다 치우고..?"

"밑에 창고를 하나 얻었어요. 근데 어찌 이 먼 길을..?"

"하도 머니까 시간이 남는 제가 찾아뵈올 수밖에..!"



뼈 있는 농에 뼈 세운 화답이었다.



"애가 참 예쁘네요? 윤수씨 눈이 뒤집힐만 하네요.."

"집사람이 그러던가요?"

"걔야 그런 말 해라해도 못할 애 아니에요. 제 생각일 뿐이에요."

"참하죠?"

"너무 참해서 질투나네요!"

"그럼 제수씨도 딸 하나 삼으세요?"

"당채 그이가 능력이 없어서..."



그때 선이가 커피를 들여다 놓고 나갔다.

언제 얼음까지 만들었는지 냉커피였다.



"쟤가 이런 애예요! 시키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그래도 너무 끼고 돌면 여자의 마음엔 질투가 생긴다는 걸 왜 모를까나...?"

"제수씨 앞이니까 이러지, 집사람 앞에서야 고양이 앞의 쥐인 걸요. 허허허..."



나는 선이를 먼저 들어가라 하고선 그녀와 좀더 얘기를 나누다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자의든 타의든 오늘은 그녀의 성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녀에게 어디 가서 뭘 먹고 싶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가까운 데서 아무 거나 먹자고 했다.

나는 전에 가본 적이 있는 한식집에 데리고 갔다.



음식을 시키면서 맥주를 시키자 그녀가 "집에 들어가 봐야지 않느냐?"고 물었다.

"차를 놓고 가면 되지 뭐!"하고 답하자 자기도 곧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맥주가 나오자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음식이 나오고 술도 더 날라 오고 그녀는 푸념을 해대기 시작했다.



"자기가 좀 도와주세요? 우리 부부를...??"

"곧 좋아질 거예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면 자꾸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그러나 너무 실망이 커요! 희애하고는 되는 데 왜 나하고는 안 되는지....?"

"우리 서로 같이 하기로 했잖아요? 반쪽이 안 되도 또 반쪽이 있다고 위안하세요. 그러다 보면 차차 정상을 되찾을 거라 믿으세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하지만 자꾸 윤수씨에게 미안해서..."



사람들 앞에서 더한 말이 나올 듯 하여 그녀를 끌고 나왔다.

어디 조용한 강가에라도 나가 위안해주고 싶어서 택시를 잡으려는 데 그녀는 내 손을 막았다.

사무실로 가자는 말이었다.

아마도 그 응접실로 꾸민 방이 마음에 들었는가 보다.



나는 벌써 비틀거리는 그녀를 사무실로 끌어넣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여 안에서 문을 걸었다.

그녀는 응접실로 들어가자마자 내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저 배고팠어요! 지리산 갔다오고 나서 그 허기가 더 심해진 거 같아요. 이게 병은 아닐까요?"

"활력이 생긴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제 만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 나이들이 아닌가요...?"

"그런 여유가 우리 그이에겐 왜 안 생기는 걸까요?"



그녀의 손이 옷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그런 여유는 제수씨가 더 가져야 할 거 같은데요?"

"제가요? 그럴 거예요. 그러나 그게 잘 안 돼요! 자꾸 조급해지기만 하는 걸요."



그녀는 벌써 내 바지를 풀어놓고 입에다 꺽 물었다.

그녀의 블라우스를 벗겨내긴 했는데 브레지어의 끈을 못 풀고 끙끙대자 그녀가 손을 뒤로 돌려 그걸 풀어내고 치마와 팬티도 한꺼번에 벗어 내렸다.

그녀의 젖가슴은 어지간히 탱탱해져 있었다.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그 젖가슴을 입에 물었다.

금방이라도 젖을 뿜어낼 듯한 젖꼭지에서 단맛이 났다.



"아아아--!!"



그녀의 입에선 달뜬 소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나 윤수씨라도 없었음 바람났을 거 같아요!!"



바람?

이건 공인된 살 바람이지...!

그녀가 회의용 테이블 위에 벌렁 누웠다.



"빨아 줘 제발..??"



그녀는 다리를 발랑 벌리고 빨간 속살을 내 앞으로 다 드러냈다.

저, 거부할 수 없는 몸짓! 충길이는 저 몸짓에 질린 걸 거야?

그럼에도 나에겐 왜 이리도 자극적이기만 할까?

아내가 이런 몸짓을 해 보이지 않아서일까?

만약 아내도 저런 모습을 내 앞에 해 보인다면 질리고 말까?



"뭐 해요, 여보? 빨리 달구어줘요?"



나는 그 속으로 얼굴을 밀었다.

향수 냄새가 났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

내 혀가 속으로 파고들자 그녀는 허리를 꼬며 쿵쿵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그녀의 신음 소리와 함께 홀 안을 돌며 야릇한 에코 음을 냈다.



"아아-- 아아아-- 좋아 좋아--!!"



내 물건이 그곳을 채우자 그녀는 "헉--!!"하며 허리를 세우고선 내 머리를 그녀의 가슴에 파묻으며 달뜬 소리로 이런 말을 하는 거였다.



"자기! 우린 버리더라도 날 버리진 마!!"



그 말은 그녀가 할 말이 아니었다.

속없이 뱉은 말이라 치더라도 그 말은 우리들 관계의 순수성을 부정하는 말이었고, 또한 나를 옭아매는 말이기도 했다.



"빈말이라도 그런 말은 마세요! 말이 씨가 된단 말이 있잖아요?"

"저도 모르겠어요! 저가 요즘 왜 이러는지??"

"만사를 조급하게 생각하니 그런 거 아니겠어요?"

"글쎄요?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아 비만증이 되고 만다더니 저도 그런 거 같아요.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아요...!!"



나는 요동을 멈추고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가 지금 필요한 것은 몸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아직 한참 때인데 벌써 갱년기증상을 보이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몸을 빼고 그녀를 번쩍 들어 소파에다 앉혔다.

그리고 달랑거리며 나가 커피포트에 전원을 넣었다.

잔에다 커피와 설탕을 타고 있는데 뒤에서 안아오는 감촉이 있었다.



"윤수씨 미안해요! 나 그냥 갈래요?"

"왜요? 커피 한잔하시고 마음이라도 진정하시고 가세요!"

"애 아빠와 애들이 기다릴 거예요!"

"집에는 제가 전화 드릴게요?"



전화기를 들려하자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주섬주섬 옷을 껴입는 거였다.

아무리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끝내 밖으로 나가 버렸다.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그렇게 서둘러 갈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속내를 다 드러내 보인 것이 민망하여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 정도였다.

꾸역꾸역 옷을 껴입으며 나와 포트의 전원을 뺐다.



담배를 빼물었다.

그녀가 저렇게 간 이상 집에 가서도 몹시 신경질적이 되리라는 생각에 전화기를 들었다.

마침 충길이가 받았다.



"난데 제수씨 나와 같이 있다가 방금 갔거든.."

"그랬어? 같이 술이나 한잔하며 좀 다독여 보내주지? 너 말은 잘 듣잖아!"

"안 그래도 같이 저녁도 하고 술도 한잔하고 사무실에서 커피한잔 마시게 한 뒤 보내려 했더니 뭔 일로 새침해진 건지 불쑥 가버리셨어!"

"말 마라! 나도 요즘 손발 다 들 지경이야!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

"내가 보기엔 우울증 같은데.."

"우울증?"

"그래! 갱년기우울증.. 암튼 그런 기분으로 갔으니 알아서 기라고 전화한 거야!"

"하하.. 나 기는 덴 자신 있잖니? 고마워!"



내 기분이 조금은 풀렸다.

나는 담배를 비벼 끄고 샤워나 하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자 위에다 주섬주섬 옷을 벗어 놓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선이의 손길인 듯 화장실 안은 말끔했다.

까맣게 녹 쓸어 있던 샤워 콕도 뭐로 닦았는지 반들반들해 있었다.

원래 사람이 살던 곳이라 욕조만 없을 뿐 샤워 정도 하기엔 훌륭한 화장실이다.

우선 번들번들 타액이 묻은 앞부터 씻었다.

등에다 물을 뿌리자 확 술이 깨는 것 같았다.



그때 밖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갔던 제수씨가 다시 돌아온 모양이었다.

그녀인들 그런 마음으로 나갔으면 편했을까?

아무래도 다시 마음을 열어 보이고 하다만 정분이라도 풀고 나서 가고 싶었을 것이다.

시들해졌던 내 것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옷을 벗고 이리로 들어 오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껏 달뜬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거긴 제수씨가 아닌 선이가 서 있었다.

나는 앞을 가릴 생각도 못한 채 물었다.



"아니, 너 어쩐 일이니? 이 야밤에.."

"사모님이 주신 꽃 가져가려고요...!"



그녀의 시선이 어디 둘지를 몰라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

그제야 나는 앞을 가리고 황급히 문을 닫았다.



"아빠, 저 갈게요?"

"잠깐..! 내 옷 좀 줄래?"



삐죽 문을 열고 옷을 내 밀었다.

옷을 추스르며 나왔을 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미안해! 내가 네게 안 보일 모습을 보이고 말았구나!"

"......................!"

"하도 더워서..."

"아빠! 커피 한잔 타 드릴까요?"



내 책상 위에 올려진 커피 잔을 보았던 모양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커피포트를 꼽고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는 등 부산을 떨었다.



"따스한 걸로 하자!"



그 말에 꺼낸 얼음을 다시 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의자를 돌려 앉아선 턱을 고고선 날 올려다보았다.

그것도 매혹의 그 보조개를 한껏 지어 보이며 생글거리는 거였다.

민망했다.

필시 내 몸을 모두 보았다는 놀림 같은 거리라..



"아빠와 난 비겼어요!"

"왜?"

"나도 다 보고 말았으니까요!"

"뭐? 요 맹꽁이!!"



나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쪼르르 일어난 그녀가 재떨이를 갖고 와 밀었다.

나는 '금연'이라 써 붙여진 벽을 슬쩍 올려다보고 히죽 웃었다.



"저 용서할게요! 이번만..."



그녀가 라이터를 뺏어 불을 켜 붙였다.

후- 내 뿜는 연기에 그녀의 얼굴을 디밀었다.

뭘 맡으려는 걸까?

담배 연기? 나의 숨결?

뒤에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자 몸이 달았다.



"이리 와봐?"



그녀는 수줍은 듯 내 앞에 섰다.

내가 의자를 돌려 무릎을 내주자 다소곳이 앉아 왔다.



"좀더 일찍 너를 만나야 했는데...?"

"왜요?"

"너무 커버려서 어색하잖아!"

"전 괜찮아요!"

"그래! 아빠만 자꾸 땀 맘 품는 거 같아..."

"제가 아빠 끝까지 지켜드릴게요! 그러나 아빠 사랑이 식으면 저 안 참을 거예요?"



당돌한 말이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돌려 눈망울을 들여다보며 지껄이고 있었다.



"난 너의 이 눈만 보면 연못 속에 빠지고 싶단다!"



나는 어린 그녀를 앞에 두고 고백을 하고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잘못 알아들은 듯 했다.



"왜요? 제가 철부지라서요?"

"아니, 너무 귀엽고 예뻐서..."



그녀가 목을 안아왔다.

폴폴 콧속으로 파고드는 풋풋한 체향이 전신을 마비시킬 듯 했다.

볼로서 그녀의 볼을 비볐다.



"아빠 몹시 힘드신가 봐요?"

"아니 왜?"



그녀는 무릎에서 일어서며 턱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그녀의 턱을 따라 내려가자 불룩 솟은 앞섶이 나왔다.

더 이상 숨기거나 감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네가 오늘 너무 예뻐 보여서 그런가 보다. 아빠를 이해할 수 있지?"

"그럼요! 앞으로 그런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어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꽃다발을 품에다 안았다.

내려오는 계단 중간에서 그녀가 돌아섰지만 나는 그대로 그녀를 밀고 아래로 내려왔다.

택시를 기다리며 팔짱을 껴 오며 물었다.



"아빠 저녁 드셨어요?"

"응! 넌?"

"저도 먹었어요!"

"그런데 왜? 뭐 먹고 싶어서..?"

"아뇨!"



택시 안에서 다시 물었다.



"저희 집에 들렀다 가실 거예요?"

"그냥 가야지. 너무 늦었잖아."

"그러세요!"



택시에서 내리며 말했다.



"아빠 밥 채려 놓았는데..."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손살같이 뛰어들어가 버렸다.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그녀는 아직 밥을 안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아파 왔다.



잠자리에 누운 아내는 내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제수씨가 대마를 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충격적인 말이라 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건 아내와 그녀만이 안다고 했다.



6개월쯤 전이라 했다.

그녀의 친구 중에 한 미망인의 집에 놀러갔다가 그녀와 함께 담배로 말아 피웠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성적 불만이 고조에 달한 때라 쉬이 말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 후 그 미망인 친구도 이사 가버리고 중독된 상태도 아니라 별다른 일은 안 생겼다 한다.

나는 오늘 일어난 이야기를 아내에게 해 주었다.

아내도 별다른 방안을 내 놓지는 못 했다.

어쨌든 그대로 뒀다간 큰 일을 만들고 말리라는 공감을 했다.




그날 밤은 여러 가지로 심란한 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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