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1일 금요일

12벳의야릇한야설 경아 제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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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심야극장에서의 썸씽?1 

월요일 아침. 
경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시간 30분 전에 회사에 도착했다. 사무실에는 아직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다. 경아는 핸드백에서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얼굴이어서 다시 화장을 할 필요는 없었다. 
잠시후 민 과장이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었다. 경아는 민 과장과 시선이 마주쳤다. 민 과장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손을 들었다. 경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뒤 얼른 고개를 돌렸다. 민 과장님은 그날의 일을 내가 전혀 모르는 것으로 알고있나봐. 
근무시간이 시작되자 경아는 토요일 오후에 타이프한 기획안을 결재철에 넣어 박 대리에게 건네주었다. 
"박 대리님, 기획안 타이프 다 됐습니다" 
"아, 수고했어요 미스 리. 토요일날 늦게까지 작업했겠는데...." 
"네, 조금" 
"미안해서 어떡하지. 나 때문에 데이트도 못한 거 아닌가. 대신 내가 오늘 맛있는 거 사주지" 
박 대리가 큰 소리로 말을 하며 경아에게 윙크를 하였다. 경아는 미소로 답례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박 대리가 경아에게 하는 말을 듣고 민 과장이 잠시 경아를 바라보았다. 경아는 민 과장의 시선을 의식하였지만 모른체 하였다. 
그날의 업무가 끝나자 박 대리가 경아를 불렀다. 경아가 박 대리의 자리로 다가가자 박 대리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던지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미스 리, 오늘 약속 있어?" 
"아뇨, 왜 그러세요?" 
"그럼 잘됐군. 토요일의 빚도 있고 해서 내가 오늘 저녁살께. 어때요?" 
경아는 미소를 지으며 망설였다. 그의 제의를 받아들일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에 대해서. 
박 대리라면 사무실 내에서도 아가씨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는 인물이었다. 명문대학 경역학과 출신인 박 대리는 일미터 칠십육센티의 훤출한 키에 핸섬한 얼굴, 신사적이고 매너있는 청년이었다. 같은 사무실의 아가씨들은 그를 흠모하면서도 뒤에서는 그가 얼마전 회사를 그만둔 강은희와 섬씽이 있다는 둥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둥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고 있었다. 그에 대한 좋지않은 소문들이 얼른 떠올랐지만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경아는 게의치 않기로 하였다. 
박 대리는 경아의 미소를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더 이상 경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 박 대리는 재빨리 쪽지에 무엇인가를 적어 경아에게 건네주었다. 경아는 다소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박 대리가 준 쪽지를 손바닥 안에 움켜쥐고 자리로 돌아왔다. 무엇이라고 써놓은 것일까. 경아는 쪽지를 펼쳐보려다 아무래도 다른 직원들이 신경이 쓰여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의 변기에 걸터앉아 문을 닫은 다음 경아는 쪽지를 펼쳐보았다. 
'알테리베, 7시' 
언젠가 직원들이 회식 장소로 사용한 적이 있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분위기나 실내악 등의 서비스는 좋았으나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그 뒤로는 회사에서도 잘 이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때 화장실문이 열리면서 미스 강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정말이니?" 
"그렇다니까아" 
길게 늘어지는 미스 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박 대리가 강은희를 이용하고 버린 거라니? 아니면 강은희가 박 대리를 찬 거라니?" 
"그거야 모르지이 뭐. 하여간 두 사람이 굉장한 썸씽이 있어서 회사에서 둘 중에 한 사람은 그만두라고 했다나봐" 
"그렇다고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강요할 권리는 없잖아. 어디까지나 남녀간의 문제인데" 
"너 모르고 있었구나, 강은희가 사장님의 여자라니까아" 
"그럼 사장님도 강은희를 데리고 놀았다는거니" 
"그래애." 
"어머머 세상에 그렇게 깜쪽같이 우리를 속일 수가...." 
"다아 그렇고 그런거지 뭐어. 얘 얼른 들어가서 퇴근하자." 
잠시 수돗물이 흐르는 소리, 손을 씻는 소리, 화장품 케이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화장실문을 닫고 걸어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아는 양변기 위에 걸터앉은 채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 박 대리가 강은희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그동안 회사에서는 공공연히 소문이 퍼져 있었다는 얘기인데 왜 나는 몰랐을까. 경아는 박 대리의 핸섬한 외모와 예의바른 매너, 그리고 적당한 교양에 여성들이 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박 대리를 지켜보면서 경아는 자신도 저런 정도의 남자라면 함께 식사를 해볼만한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하고 자위해 보았었다. 
경아는 약속 장소인 알테리베로 나갔다. 박 대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스 리, 여기야" 
박 대리가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며 경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실내를 두리번거리던 경아는 박 대리를 발견하고는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경아가 자리에 앉자 붉은 색 나비넥타이를 멘 웨이터가 다가와 허리를 숙여보인후 메뉴판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우리 뭘로 할까?" 
박 대리는 사무실에서와는 달리 아예 경아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경아는 그의 말투가 거슬렸지만 기분이 상할 정도는 아니었다. 경아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망설여야 하는 것이 마뜩찮아 메뉴판을 박 대리 앞으로 내밀었다. 
"박 대리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시켜주세요." 
박 대리는 메뉴판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자신이 즐겨먹는 것이라며 알테리베의 정식을 시켰다. 웨이터가 인사를 하며 물러가자 박 대리는 경아를 바라보았다. 
"미스 리하고 이렇게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군" 
"어째서요?" 
"글쎄. 뭐랄까. 사무실에서이 미스 리는 회사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고 또 어쩐지 도도하게 보여서 감히 접근하기가 어려웠다고나 할까" 
경아는 박 대리의 말을 듣고 웃었다.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오늘 사주시는 건 잘 먹겠어요.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러실 필요 없어요." 
"왜 나하고 함께 식사하는 게 싫어?" 
박 대리는 다소 당황한 듯했다. 
"그런게 아니라 여긴 너무 비싼데잖아요." 
박 대리는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경아는 그날 박 대리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박 대리는 경영수업을 쌓기 위해 현재 회사에 다니는 것이며 조만간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것과, 장남인 자신에게 가족들이 결혼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아직 프로포즈할만큼 특별히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 등이었다. 물론 만나는 여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결혼의 상대자는 될 수 없고 단지 서로 외로울 때 즐기기 위해서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였다. 결혼은 연애가 아니라 현실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경아는 박 대리의 자신있는 듯한 투의 말을 들으면서 상당히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회사에서의 성실하고 유능한 박 대리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가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의식까지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적지않게 놀란 것이다. 
"나는 남자든 여자든 결혼전에 연애를 많이 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야.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은 상대편을 볼 때 이성적이지 못하고 겉모습이나 조건만 보게 되거든. 그렇지만 나처럼 비교적 많은 여자를 사겨본 사람은 여자들과 몇마디만 대화를 나눠보면 그 여자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있거든. 그게 연애의 힘이야." 
"여자들은 자신의 순결에 대해서 많은 억압을 느끼고 있어.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맺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허락해서는 안된다는 보수적인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 남자들도 마찬가지야. 결혼전에 자신들은 여자들과 관계를 가졌으면서도 자신의 여자만큼은 깨끗하고 순결한 여자이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 도대체 이런 모순이 어디있어. 왜 혼전의 순결을 지켜야만 해? 너무 거추장스럽잖아. 그러면 여자들은 평생 한 남자와만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거야? 이건 너무 혹독한 일이라구. 여자들도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가져봐야 결혼후에 남편과의 잠자리에서도 제대로 테크닉을 발휘해 서로 만족을 느낄 수가 있다구.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성행위는 부부관계라는 굴레에서 오는 의무감 때문이지 그것이 진정한 애정표현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서로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성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물론.... 부도덕적인 성행위는 곤란하겠지만" 
경아는 박 대리의 달변에 놀랐고, 성의식에 있어서 의외로 개방적인 가치관을 지닌 그에게 또다시 놀랐다. 
경아는 박 대리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경아는 할 말을 잃고 박 대리를 바라보았다. 
"미스 리. 놀랐지?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거에 대해서.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는 거 나 잘 알아.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한심한 사람들이야. 자기들도 속으로는 연애를 하고 싶으면서도 하지 못하니까 괜히 다른 사람의 연애에 대해서 쑥덕거리고 있는 거라고. 자기 자신들이 사랑을 하고 있어봐. 그런 말을 할 여유가 어디있겠어?" 
식사가 모두 끝나자 박 대리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그만 일어설까?" 
박 대리가 카드로 계산을 하고 있는 동안 경아는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어느 사이에 어둠이 깔려 있었다. 경아는 박 대리의 옆을 걸었다. 지하철 입구에 다다르자 박 대리는 아쉽다는 듯 경아를 잡았다. 
"미스 리, 괜찮으면 우리 2차 갈까?" 
경아는 박 대리와 그만 헤어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왠일인지 발길이 무거움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2차라면?" 
"술이나..." 
그러나 경아는 박 대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저으며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지난 토요일 민 과장과의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저는 술은 싫어요" 
"그럼 영화나 볼까" 
"이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있을까요?" 
"됐어. 그럼 걱정하지 말고 나를 따라와" 
박 대리가 들어간 곳은 강남의 심야극장이었다. 성인전용 극장이라는 간판이 입구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 포르노용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경아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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